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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이라는 말의 유래와 발달

by JDMD 2020. 9. 2.

인권 일러스트

 

인권이라는 말의 유래와 발달

 

‘human rights’는 일반적인 인간의 권리로 이해되지만 오히려 의권’(義權)이 더 알맞은 번역이 아닌가 생각한다. 인권이라는 말의 유래는 무엇일까? 인간의 ‘권리’라는 개념은 서구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게 정설이다. 2차대전 이후 유엔헌장에 ‘human rights’가 공식적으로 포함되었고 1948년의 세계인권선언으로 구체화되었다.

 

‘human rights’에서 ‘rights’라는 개념은 여러 의미를 포함한다. 특히 동양에서 그 의미를 파악하기 힘든데 그것은 번역을 거치며 새로운 의미가 덧씌워진 탓이다. ‘rights’의 다양한 의미는 ‘객관적으로 옳고 정의로운 상태’라는 비교적 단순한 뜻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중세 이후 ‘rights’의 의미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인간이 마땅히 행사하고 요구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자격’이라는 주관적 의미가 추가되었다.

 

 

 

‘rights’의 뜻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복잡해졌지만 매우 핵심적인 개념이었으므로 서구 문물을 접할 때 이 말을 피해 갈 수가 없었다. 특히 동서양 사이의 크고 작은 오해와 충돌이 끊이지 않던 상황에서 이질적인 외래 문물을 온전히 이해하고 수용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오늘날 널리 사용되는 권리(權利)라는 한자어 번역은 1885년 처음으로 사전에 나타난다. ‘rights’를 덕권(德權)·천권(天權)·법권(法權)·권리 등의 의미가 섞인 복합개념으로 인식한 것이다. 결국 ‘권리’(權利) 혹은 ‘권’이 ‘rights’의 번역어 경쟁에서 최종 승자가 되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말 역시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원래 도덕적이고 반권력적이고 장중한 어감을 가진 ‘rights’ 개념이 권력과 이익과 힘의 느낌을 주는 ‘권리’로 번역되면서 라이트의 본뜻이 왜곡되어 전달되었다는 이유에서다.

 

 

 

 

우리나라에서는 ‘권리’라는 번역어가 1880년대 후반부터 쓰이기 시작했다.

오늘날에는 ‘human rights’가 ‘인간의 권리’로 완전히 일반화되어 굳어졌지만 ‘정당하고 옳다’는 의미와 ‘마땅히 요구할 수 있는 자격’이라는 뜻을 아우르는 새로운 말이 없을까?

‘의권’(義權)이 비교적 그것에 가까운 번역이 아니겠는가 상상한다. 이 질문은 단순히 탁상공론이 아니다. 실제로 인권을 둘러싼 여러 논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라이트라는 말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의 문제로 귀결되곤 하기 때문이다.

 

차별을 금지해야 한다고 믿는 쪽에서는 그 누구도 이유 없이 차별받아선 안 되는 것이 인권의 원칙이라고 본다. 더 나아가 차별금지가 정당하고 옳기 때문에, 당연히 차별받는 사람들이 차별금지를 요구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반대편에 선 이들은 이유 없이 차별받아선 안 된다는 것이 정당하고 옳다는 원칙을 아주 협소하게 해석한다. 물론 이들이 모든 차별을 찬성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내용적으로 차별받지 말아야 할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나 행동만이 차별금지 원칙을 적용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선별적 가치관은 원칙적으로 차별하지 않는 것이 ‘정당하고 옳다’라는 인권의 기본 전제에 어긋나는 일이다. 그들은 ‘rights’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인간 권리를 운운하며 차별을 이야기한다.

 

 

인권운동에서도 ‘rights’에 내재된 두 측면이 모두 발견된다. 첫째, ‘정당하고 옳은’ 대상이나 행위는 계속 발견되므로 인권운동은 필연적으로 확장되는 경향이 있다. 둘째, ‘마땅히 요구할 수 있는 자격’으로서의 인권에서는 입법화와 제도화를 강조하는 경향이 생긴다.

이처럼 권리의 객관적 규범과 주관적 요구자격의 결합, 이 점이 인권 개념을 다른 인도적 개념들과 구분하는 핵심이다.

 

 

 

 

 

조효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님의 글을 요약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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